임금은 노동생산성만큼 증가했는가?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 논쟁 소개(1)

임금은 노동생산성만큼 증가했는가?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 논쟁 소개(1)

강문식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정책국장)

한국경제에서 상당기간 노동생산성증가보다 실질임금 증가가 더뎠다는 지적은 노동운동 진영과 다양한 노동·경제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이어졌다. 한국에서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는 최소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작되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 지적의 요지이다. 이런 경제지표들은 ‘고용 없는 성장’, ‘임금 없는 성장’ 등으로 일컬어지는 한국 사회 양극화를 묘사하는 근거로 인용된다.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관계를 제기한 논자들에 따라 주장의 결은 다르지만, 박종규(청와대 재정기획관)·장하성(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소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필요한 근거 중 하나로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 즉 노동소득분배율의 악화를 들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봄, 박정수(2019)가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그 내용은 보수언론 등을 중심으로 반복하여 회자되었다. 박정수의 주장으로 시작된 논쟁은 주상영·전수민, 김유선, 이강국 등이 재반박하며 다양한 쟁점을 도출하고 있다. 두 번에 나눠서 논쟁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박정수 : 노동생산성과 임금 괴리 없어 … 기존연구는 상이한 지수 사용했기 때문에 오류

박정수(2019)는 ‘노동의 산출탄력성이 변하지 않으면 노동생산성과 임금은 같은 비율로 변화할 것이며 따라서 노동소득분배율은 일정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이 가정은 다음 글에서 설명할 마르크스 경제학에서의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경제전체의 GDP는 임금 및 비임금근로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모두 포함하므로 임금통계와 범위가 다르다는 것, 임금지표로 사용하는 월임금총액은 인건비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등을 들어 총량지표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기존 연구의 결정적 오류는 실질임금을 도출할 때는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실질화하고 실질GDP를 도출할 때는 명목GDP를 GDP디플레이터로 실질화한데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박정수에 따르면 2000-2017년 소비자물가지수는 54.6% 증가한 반면 GDP디플레이터는 43.7% 증가한다.

이어 박정수는 임금과 GDP를 같은 물가지수로 실질화하면 ‘기존 문헌의 결과와는 달리 2000년 이후 경제성장과 임금증가율 간의 유의미한 괴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증가율이 매우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박정수는 이 외에도 제조업 사업체 원시자료를 기초로 살펴본 결과 ‘2000-2017년 기간 동안 제조업 종사자당 명목노동생산성은 107.1%(연 4.4%) 증가한 반면 동기간 명목임금은 138.5%(연 5.2%) 증가하였다’고 분석한다. 특히 ‘임금은 2012년까지 노동생산성증가에 준하여 증가하였고 그 이후 제조업의 부진에 따라서 노동생산성 증가는 정체된 반면 임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주상영·전수민 : 미시 데이터와 거시 데이터 혼용이 문제

박정수의 주장에 대한 재반박은 주상영·전수민(2019)에 의해 시작됐다. 주상영·전수민은 박정수의 분석에서는 ‘취업자 1인당 GDP는 임금근로자,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를 모두 합한 총취업자가 대상인 반면, 임금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가 대상이어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근로자, 비상용 근로자, 비임금근로자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상용근로자는 전체 51%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임금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취업자의 생산성과 5인 이상 사업장의 상용 근로자의 임금을 비교하는 것은 오류’라는 점도 짚었다.

GDP를 취업자수로 나눈 노동생산성에는 자영업 부문 비임금근로자 소득도 포함되어 있다는 박정수의 지적과 관련해서는 비임금근로자의 소득을 보정한 명목보정임금을 구한다. 명목보정임금A는 (피용자보수 + 비법인개인기업(=자영업))의 영업잉여)/총취업자수, 명목보정임금B는 (피용자보수 + 비법인개인기업(=자영업) 영업잉여의 노동소득 보정분)/총취업자수다. 이렇게 구한 명목보정임금과 명목생산성을 비교하여도 그 사이에 괴리가 나타난다는 결론이다.

김유선 : 국민계정 피용자보수총액 이용하면 실질화 지수 관계없이 괴리 발생

김유선(2019) 역시 주상영·전수민과 같이 박정수가 ‘생산성은 전체 취업자 통계를 사용하면서, 임금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통계를 사용한 점’을 결정적 오류로 지적한다. 김유선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으로 한정된 노동부 임금통계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방법으로 임금노동자 1인당 보수총액은 한국은행 국민계정에서 피용자보수총액을 임금노동자수로 나누어 계산하고, 실질임금은 피용자 1인당 보수총액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누어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취업자 1인당 GDP증가율과 노동자 1인당 피용자보수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어떠한 물가지수를 사용하여 실질화하여도 실질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사이의 괴리가 확인된다.

이강국 : 고정자본 감가상각분 고려해도 생산성과 임금 사이 괴리 존재

이강국(2019)은 박정수와 같은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여 박정수가 제기한 각 쟁점을 다룬다. 이강국은 명목노동생산성과 명목임금을 비교하더라도 ‘기준 연도의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임금상승이 둔화되어 2000년에는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그 이후의 시기에는 임금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되기 때문’에 2000년을 기준 연도로 하여 그래프를 그리면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자물가로 측정한 임금과 소비자물가로 측정한 임금 사이의 차이(그래프1 참조)는 교역조건(terms of trade) 효과를 나타낸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물가가 생산자물가에 비해 더 빠르게 상승하였는데, ‘미국에서 1970년대 이후 교역조건 효과가 커진 것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자본재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박정수가 언급한 두 물가 지수 사이의 괴리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을 실증한다고 할 수 있다. 이강국은 ‘한국에서도 최근 커지고 있는 교역조건 효과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주상영·전수민, 김유선 등과 동일한 지적을 하지만 고정자본의 감가상각분을 계산에 추가한다는 점에서 이들과는 차별점이 있다. 이강국은 명목 GDP에서 감가상각을 제외한 순노동생산성(net productivity)과 임금을 비교하는데, 이러한 분석 결과 순노동생산성을 사용한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는 명목노동생산성을 사용한 경우보다 더 작고 덜 확대되었다. 하지만 1997년 이후 괴리가 뚜렷이 나타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대되는 것은 동일하다.

이강국은 제조업 명목임금이 명목노동생산성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박정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정수가 이용한 광업제조업조사는 종사자 10인 이상 업체가 대상이며 전체 경제를 포괄하여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생산성 임금론의 배경

박정수의 주장은 국민계정(GDP)이 노동자가 창출한 부가가치 뿐만 아니라 비임금근로자의 기여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제한다. 국민계정은 기준 연도에 그 사회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총합을 일컫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교환 과정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으며, 창출된 부가가치는 모두 노동에서 비롯한다고 설명한다. 마르크스 노동가치론을 국민계정(GDP)에 적용하면, 국민계정은 노동자가 창출한 부가가치와 자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더해진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새롭게 창출한 부가가치의 총합으로 정의해야 한다.(Y ≡ μL, Y : 국민계정(GDP), μ : 노동시간의 화폐적 표현, L : 사회적 총 노동시간)

박정수가 분석에서 전제하는 한계생산성에 근거한 임금 역시 임금에 관한 전형적인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비롯한 생산요소 이론은 노동, 자본, 토지가 생산에 기여하는 몫에 따라 임금, 이자, 지대를 그 대가로 지급받는다고 가정한다. 노동(생산요소)의 양과 산출량의 관계를 생산함수라고 하는데 보통 반비례 곡선으로 표현된다. 노동 생산함수는 기술진보, 생산물 가격 등을 고정시키고 있어 실제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 생산요소 이론에서 각 자본재의 양은 자본재 사용료를 미리 정해진 이윤율(이자율)로 나눠서 구한다. 다시 말해, 자본의 한계생산으로 이윤율을 구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투입된 자본재의 양을 구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윤율을 알고 있어야 하는 순환논법이라는 뜻이다.(이 비판은 케임브리지 논쟁에서 케인지언인 조안 로빈슨에게서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생산요소 이론의 가장 큰 효과는 임금이 생산성의 반영이라고 전제하는 데에 있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고전파 경제학은 임금을 노동의 가치가 아닌 노동력 가치로 보았다. 다만 고전파 경제학은 임금을 지급한 뒤 발생한 잉여가치의 기원을 발견하지 못했고, 마르크스는 고전파 경제학을 비판하며 잉여가치가 노동력 가치와 노동의 가치 사이의 차이, 즉 지불되지 않은 노동임을 드러낸다. 또한 마르크스는 노동력 가치가 결정되는 데는 ‘역사적이고 도덕적인 요소’가 포함된다고 보았다.(L=S+V, L : 사회적 총 노동시간(총 부가가치), S : 잉여가치, V : 노동력 가치)

경총은 오랫동안 생산성 임금 이데올로기를 주창하며 임금인상은 생산성 증가분 테두리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가에 미달하고 있다고 제기된 주장은 경총 · 주류경제학의 논리 안에서 제기하는 반론의 성격이 강했다.

정리

박정수의 주장으로 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를 추적하는 논쟁이 시작되었으나, 주상영·전수민, 김유선, 이강국 등의 논의는 박정수의 주장과는 달리 한국에서 노동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가 실재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덧붙여 5인 이상 상용직임금과 노동생산성 사이에 괴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끌어낸 박정수의 연구에도 시사점이 있다. 국민계정 피용자 보수(전체 임금노동자)로 계산한 임금과 5인 이상 상용직 임금 사이의 괴리가 생산성과 임금 사이의 괴리를 일부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래프5 참고) 그 둘 사이의 괴리를 통해 노동자 계급 내에서 임금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불안정·미조직 노동자의 처우가 더욱 열악하다는 점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홍민기(2015)는 하위 90% 노동자들의 평균임금과 노동생산성 사이의 괴리가 더욱 크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노동운동이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생산성과 임금의 추세는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할 지표인데, 특히 자본의 동학과 결부하여 추세를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 사실 박정수가 노동생산성증가율과 임금증가율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들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노동소득분배율에서 노동소득의 비중이 낮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동생산성과 임금률의 비율인 임금분배율(노동소득분배율)은 마르크스 경제학적인 의미를 가진 지표이기도 하다. 이를 추계하는 데 관한 쟁점은 다음 글에서 다룬다. <끝>

<참고자료>

  • 김유선, 「한국의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 추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제108호, 2019
  • 박정수, 「한국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한국경제포럼』, 제12권 제1호, 2019
  • 이강국,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노동소득분배율」, 『한국경제포럼』, 제12권 제2호, 2019
  • 정구현, 「한국의 잉여가치율:1980-2011년」, 『사회경제평론』, 제50호, 2016
  • 주상영·전수민, 「한국 경제의 생산성, 임금 노동소득분배율:통계해석 논란에 대한 견해」, 문재인 정부 2년 경제정책의 평가와 과제’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심포지엄, 2019
  • 홍민기, 「최상위 임금 비중의 장기 추세 (1958-2013)」, 『산업노동연구』, 제21권 제1호, 2015
  • ILO-OECD, 「The Labour Share in G20 Economie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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