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과 노년에게도 가요제를 허하라

가요제에 대한 그리움

장년과 노년에게도 가요제를 허하라

고양곤(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 지부장)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1982년은 유신의 종말과 함께 신군부의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의 독기가 아마도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캠퍼스는 하루가 멀다 않고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로 뒤덮이기 일쑤였다. 여전히 수많은 금지곡이 있었고, 87년 6월항쟁으로 규제가 해지될 때까지 모든 음반에는 건전가요가 의무적으로 한곡이 삽입되어있었다. 하지만, 대학문화는 박정희시대와는 다른 변화가 있었다.

70년대 통기타와 청바지로 상징화되며 낭만과 저항의 대명사로 불리던 대학문화는 80년대 들어, 대학가요제에 이어 강변가요제를 비롯한 다양한 캠퍼스가요제가 등장하면서 대중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요제는 상대적으로 억눌린 대중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키는 데 큰 동기가 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요제의 위상도 점점 높아지며 수많은 히트곡과 걸출한 스타들이 배출되었다.

지금처럼 전문기획사가 없던 시절에 돈 없고 빽 없는 일반인들이 연예계로 진출할 수 있는 캠퍼스가요제의 매력은 많은 대학생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나 역시나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캠퍼스가요제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일부에 의해 주도되는 문화가 아닌 ‘대중’ 스스로가 생산자로서 문화를 선도하고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시 다운타운가에서 DJ는 어지간한 연예인 뺨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점은 씁쓸한 여운마저 갖게 한다.

그 자리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란 전혀 다른 형식의 경연대회가 대신하고 있다.

최근 제1회 미스 트롯의 영광을 거머쥔 송가인이 장안의 화제다. 그녀뿐만 아니라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로 지정되어 활동하고 있는 송가인 양의 어머니도 딸 못지않은 조명을 받고 있다. 두 모녀를 보면서 예인의 끼를 타고난 딸과 그 피를 고스란히 물려준 어머니의 위대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2010년을 전후로 유행처럼 생겨난 서바이벌 오디션은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K팝 스타』 『나도 가수다』 『위대한 탄생』 『불후의 명곡』 『히든 싱어』 그리고 최근에 『미스 트롯』 까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며 그 방식 또한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 역시 가수 지망생들한테는 가장 유력한 연예계 진출 통로다.

잘 알다시피 서바이벌 오디션은 일반 경연대회와 달리 오직 최후의 승자 1인만이 살아남는 가혹하고 비정한 경연 방식이다. 혹자는 이러한 서바이벌 오디션을 두고 비주류의 반란이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과 검색어가 반증이라도 하듯 시청자들로부터는 가히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반해 80년대 후반 첫선을 보인 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주부가요 열창』은 남녀차별의 사회구조 속에서 단지 주부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접어야 했던 그들의 재능을 무대로 이끌면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최장수 프로그램으로서 온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전국노래자랑』이야말로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이 출연자와 관객, 그리고 시청자가 하나 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명실공히 이쪽 분야 최고의 권위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금이야 우리 지부 시립합창단원의 위세(?)에 눌려 빛이 바랬지만, 한때는 명색이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대표하는 가수로 예간다 제간다 소리깨나 들었다. 수많은 무대를 돌며 동지들과 고락을 함께 했던 나도 어느덧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백세 시대에 이 나이에 꼰대 취급을 받으려니 좀 억울하긴 하다. 하지만, 더 억울한 건 우리같은 장년은 흥도 문화도 제단당하는 것이다. 장년이나 노년들도 잘 놀 수 있다. ‘중년 트롯”과 “실버가요 열창”을 허하라~~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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