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일자리는 노동조건 하향평준화 일자리

광주형일자리는 노동조건 하향평준화 일자리

장정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전선, 전북노동연대 회원)

‘16년 6월 취임한 윤장현 광주 광역시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한다. ‘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도 대선 공약집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지역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이 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된 것은 ‘18년 6월 1일 현대차그룹이 투자 의향서를 광주시에 제출하면서부터다. 4년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현실화 가능성이 생기게 되었고, 결국 올해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완성차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광주형 일자라란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문화, 복지, 보육시설 등에서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제안이다. 일종의 사회임금이다. 이렇게 해서 일자리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널리 알려져 있듯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5000’을 벤치마킹을 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1989년에서 2001년 사이 경제 위기로 생산량이 급감하는등 위기에 부딪쳤다. 결국 노조의 동의를 얻어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고 5000명의 실업자를 월급5000마르크(약 300만원)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는 기존 폭스바겐 생산직 월급의 80%수준이었다. 독립자회사로 설립된 ‘아우토5000’은 위기가 지나간 뒤 2009년 1월 폭스바겐 그룹에 통합됐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처음 광주형 일자리가 제기됐던 맥락과 배경은 모두 사라졌다. 언론을 도배한 것은 초임 3,000만 원인지, 3,500만원인지를 둘러싼 숫자놀음이었다.

결국 광주시와 현대차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2021년 광주 빛그린 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워 연간 1000cc미만 경형 SUV를 연간 10만대 생산 예정이며,위탁생산 35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사업장 별 상생협의회 운영이 제한된다. 표면적으로 제시되었던 광주형 일자리의 4대 핵심 의제는 적정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등이다. 임금은 주44시간에 초임 3,500만원 수준이라고 하는데, 초임 이후의 임금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은 유의미한 내용이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임금 ㆍ간접고용 일자리를 대량 양산했다는 비판을 비껴갈 수 없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물동량 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자동차산업의 생산량이 축소되고 있는데 신규 생산설비를 늘리겠다는 발상이다. 한쪽에서는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설비를 늘린다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공멸을 향한 길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위탁생산에 불과하다는 것도 한계이다. 신설법인의 자기자본은 총 2,800억인데 광주시가 이 중 21%를 부담하고 현대자동차는 19%의 지분으로 참여해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가 경제 상황을 핑계로 물량을 철수한다면, 신설법인은 전세계를 훑으며 물량 구걸에 나설수밖에 없다. 라이센스 확보 없는 위탁생산 기지가 마주하게 될 현실이다. 만약, 광주형 일지라가 실패로 돌아가면 국민의 혈세로 메꿔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다른 한편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번 협약의 요지는 지자체가 노사민정에 참여함으로써 협약의 내용을 결정하고, 또한 노동조합이 협약을 수행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노사관계에서 노사당사자 중심성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지역의 사민정이 공식적으로 노사관계에 개입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렇게되면 산별 교섭과 산별 협약을 우회하면서, 그동안 민주노조 운동이 추구해왔던 노동조건 최저선의 상승과 전체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 보호는 수많은 지역의 개별적 협약으로 대체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노동자들의 처지에 있어 기업의 책임과 노동자들의 개입 가능성은 동시에 사라지고, 공공성이라는 허울을 쓴 외부의 결정 메케니즘만이 존재할 뿐이다.

정부는 벌써 제2의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나서고 있으며 그 후보지로 군산, 구미, 대구가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살 될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산업정책은 뒤로 한 채 당장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임금깎기만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광주형 일자리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사회적 대화는 사라지고, 이미 결정된 ‘적정한’ 일자리를 설득하고 강제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회적 대화만 남게 되었다. 광주형 일자리를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동시에 광주형 일자리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공동의 싸움을 만들어내는 것도 당면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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