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조사, 무엇이 문제였는가

가계동향조사, 무엇이 문제였는가?

손종명(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회원)


지난 8월에 청와대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강신욱 통계청장으로 교체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경질이 아닌 정례적인 인사 조치라고 밝혔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사실상 문책성 경질이라고 점치면서 ‘통계청장 경질 논란’이 펼쳐지게 된다. 이러한 논란의 근거로는 이전에 재임했던 통계청장들이 2년 가량을 재임했던 것과는 다르게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13개월이라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재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가 있었다.

논란의 핵심은 2018년 1분기와 2분기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였다.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에서 그동안 문제인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했을 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이 1분기에는 8%, 2분기에는 7.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상위 20% 가계의 소득은 1분기에 9.3%, 2분기에는 10% 증가했다. 즉, 상위 소득 가구의 소득이 증가한 반면, 하위 소득 가구의 소득은 감소하면서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것을 출발점으로 소비 진작과 내수 활성화로 투자와 고용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번 통계청의 조사 결과는 그 순환의 첫 톱니부터가 어긋난 것처럼 나타났고, 이를 근거로 기존에 소득주도 성장을 반대하던 이들은 거센 비판을 가하게 된다. 청와대 입장에서도 이런 결과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장 2017년 4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에서는 소득 하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10.2%가 증가했고, 이를 두고 김동연 전 부총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통계”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따라서 청와대 입장에서는 그 흐름을 이후에도 확인하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의 성공을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료:통계청 2018 3/4분기 가계동향조사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청와대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통계가 나오게 됐고, 뒤이어 기존에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하는 학자로 분류되었던 강신욱 통계청장으로 통계청장이 교체됨에 따라 통계지표를 정부가 원하는대로 ‘마사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에 불이 지펴진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정말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되어 황수경 통계청장이 경질되었는지는 일단 ‘의심해볼 수 있다’로 남겨두도록 하자. 어쨌든 중요한 것은 가계동향조사이다.

가계동향조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사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의 소득부문이 불안정한 통계이고 신뢰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인 것을 이유로 2018년부터 조사를 실시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여 소득주도성장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가계소득동향 조사를 존치하고자 했다. 그래서 2018년 예산안에 통계청이 요청하지도 않은 가계동향조사 예산이 포함되게 된다. 결과론적으로는 이러한 조치가 이번 논란의 출발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통계청은 어떠한 연유로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을 폐지하려고 했는가? 2016년까지 가계동향조사의 조사방식은 조사대상이 되는 가구가 월 단위로 소득을 직접 가계부에 기입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은 소득 공개를 꺼려 무응답률이 20%에 이르며, 응답을 하더라도 실제 소득과 다르게 적는 경우가 많아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즉, 조사를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고 현실과 괴리가 큰 통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계청은 기존에 8,000~9,000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하여 조사를 진행했으나, 2017년에는 5,500가구를 표본으로 선정하여 약식으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덜컥 조사를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자 통계청은 기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보다 정확한 자료 수집을 위해 통계를 보완하게 된다. 일단 가장 큰 변화는 표본을 추출하는 모집단의 변화였다. 2017년 조사까지는 2010년 인구센서스에 기반하여 표본을 추출하였으나, 2018년에 진행한 조사는 2015년 인구센서스에 기반하여 표본을 추출하게 된다. 해당 기간 동안 인구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여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다른 주요한 변화는 2018년에 진행한 조사에서 전년도보다 표본의 수를 크게 확대시켜 기존 유지된 표본보다 새로운 표본의 비중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료:가계동향조사 2018년 자료의 특성(홍민기)

일단 표본이 추출되는 모집단의 변화로 인해서 표본의 구성이 이전과는 달라지게 된다. 주요한 변화를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2015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2010년에는 2인 가구가 24.6%로 가장 주된 유형이었으나, 2015년에는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여 27.2%로 가장 주된 가구 유형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여성 가구주가 26.6%에서 29.6%로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1.0%에서 13.2%로 높아졌다. 즉, 2015년 인구센서스에 기반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한 만큼 2018년 가계동향조사에서는 1인 가구,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 고령층 가구가 이전보다 더 많이 표본으로 추출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구 구성의 변화를 반영하게 됨에 따라 이전보다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이전과는 표본이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표본의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조사된 표본 중 유지된 표본보다 새로운 표본이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기존에도 가계동향조사는 매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약 1/3의 표본이 대체되어왔다. 하지만 앞 2017년 가계동향조사에서는 조사가 폐지될 것을 가정했기 때문에 표본의 수 5,500가구 수준으로 줄여서 약식으로 진행했고, 2018년에 다시 조사를 실시해야 하게 되자 이전 조사와 같이 8000가구 수준으로 표본을 확대한다. 이렇게 표본을 확대하게 됨에 따라 일단 새로운 표본이 크게 증가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2017년 조사를 마지막으로 탈락하는 표본이 있기 때문에 2018년 조사에서는 새롭게 표본을 대체하게 된다. 결국 이렇게 두 가지 경로로 새로운 표본이 증가하게 되어 2017년 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이 아니었던 새로운 표본들이 전체 표본에서 56.8%를 차지하게 된다.

자료:가계동향조사 2018년 자료의 특성(홍민기)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같은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그 대상이 사실상 달라졌기 때문에 조사한 결과를 두고 시간적인 변화를 비교하는 것이 유의미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도 2018년 2/4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를 발표하면서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표본가구 구성에 따른 변화에 대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시간적 비교를 위한 통계를 낸다면 이전과 같거나 질적으로 동일한 표본을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통계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기 위한 통계청의 자구책이 의미가 있더라도 이것은 2018년의 조사 결과가 이전 조사보다 더 믿을 만하고 정확하다는 의미는 될 수 있지만, 시계열이 단절되었기 때문에 2017년도 결과와 비교를 하는데 있어서는 적합했다고 하기 어렵다.

완전히 적합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2019년의 매년 한 학년 반의 구성원이 바뀌는 노연초등학교의 2019년도 2학년 3반 학생들의 성적을 2018년도 2학년 3반 학생들의 성적과 비교해서 성적이 올라갔다고 담임교사를 칭찬하는 것도, 성적이 떨어졌다고 담임교사를 질책하는 것도 무엇인가 어설픈 일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이번 가계동향조사에서 자신들이 원했던 결과가 나왔다면 이걸 칭찬거리로 삼았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문재인 정부가 이번 조사 결과를 두둔하고 있는 논리 그대로 비판을 해야 했을 것이다.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싼 4가지 입장

지난 가계소득동향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은 크게 4가지로 나눠지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말하는 입장이 있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기존에 소득주도성장에 비판적인 세력들은 이번 조사에 근거해 소득분배를 개선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확대시켰으니 이는 실패한 정책이며 당장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된 결과는 소득주도성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불평등을 심화시켜온 한국 경제구조의 문제이므로 이러한 구조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통계청의 잘못을 말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실상 다른 대상을 조사했다고 해도 무방한 조사들을 서로 시간적으로 비교하여 발표한 것이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자료를 해석하는데 있어 주의사항을 보다 강조할 필요가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통계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자신들은 애초에 폐지될 거라고 생각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기도 하며, 보다 현실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통계를 보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계청은 2018년도 결과를 해석하는데 있어 주의할 필요는 있더라도, 조사 자체의 타당도나 신뢰도에 있어 큰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 중에 뭐가 타당하냐고 했을 때,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고려한다면 위의 입장 모두 맞을 가능성도 있고 틀릴 가능성도 있다. 너무 허무한 결론일 수 있지만, 정확하게는 하나의 통계를 가지고 지나치게 과잉된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계가 분명 현실을 파악하는데 있어 유용한 도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통계가 언제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와 같은 격언이 자주 인용되는 것에는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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