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교대제 현황과 쟁점

버스교대제 현황과 쟁점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정책교육국

버스업계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해왔다. 반복되는 고속도로 대형사고, 졸음운전, 불친절 등은 버스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 제도적 ·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2017년은 노선버스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부각되며 각계의 논의가 이루어졌던 해다. 그 결과 무제한의 연장노동을 허용하던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 조항이 일부 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무력화에 더해 현장의 무관심 혹은 의도적 외면으로 현실은 제자리다.

1. 시내버스 교대제 현황

2013년 대중교통현황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56.83%가 1일2교대제(2조 2교대제)로 운행되고 있고, 격일제는 29.51%에 불과하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 광역대도시는 이미 90% 이상 1일2교대제로 운행하고 있고,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청주시, 전주시 일부가 1일2교대제 운행 중이다.

버스운송노동자의 교대제 전환은 오래 전 부터 논의되어 온 주제다. 1983년, 노동부가 다음해(1984.5)까지 1일2교대제를 정착시키겠다고 사업계획을 냈지만 사업자 측의 반발에 부딪혀서 실패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양대노총은 꾸준히 교대제 전환을 요구해왔지만 실제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은 가장 큰 장벽은 사업자 측의 반대였다. 그러나 사측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상황이 복잡하다.

2. 격일제 운행에서 제기된 문제점

노선버스(특히 시내버스)는 특성상 1일 16시간 이상의 고정적인 운행이 필요한 업종이다. 격일제는 1일 16시간 이상 노동 후 1일 휴무를 갖는 것인데 광역시 지자체를 제외한 대부분 중소도시에서는 격일제로 운영되고 있는 형태이다. 올해 개정 되기 전 근로기준법은 의료, 운송 등 특례업종에 대해 무제한적인 연장노동을 허용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1일 16시간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1일 운전노동시간이 길수록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위험을 가져온다는 것은 그간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 도출된 공통적인 결론이다. 시내버스 근로형태별 교통사고 건수를 비교한 결과 1일2교대제에 비해 격일제-복격일제에서 교통사고 건수가 46.6%~78%가량 높게 나타났고, (버스운전 근로시간 개선방안 연구, 2007) 1일2교대제 서울 시내버스에 비해 격일제 경기 시내, 광역버스 운전노동자들의 졸림 호소 비율이 높았다.(버스 운전노동자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 2015)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노선에서 대형사고가 빈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3. 전주 시내버스 1일2교대 전환 과정

전북에서도 노동시간단축 의제는 민주노총으로의 조직화가 이루어진 초기부터 제기된 주요한 요구였다. 그 요구가 보다 구체화된 것은 2013년에 진행된 「전북 버스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이후였다. 전북노동연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같이 진행했던 당시 연구에서 버스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실태, 수면의 질, 주간졸림증 등 건강위험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연구는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구체적인 형태로 1일2교대제를 제시했다.

‘1일2교대제 전환’ 의제는 전북노동연대, 민주노총전북본부의 적극적인 제기로 전주시내버스공영제실현운동본부에서 주요 사업으로 자리잡았고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2014년 진기승 열사 투쟁을 계기로 구성된 전주시 버스위원회에서도 1일2교대제 시행을 주요 과제로 제기하였고, 전환의 전제 조건은 임금 삭감,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버스위원회 안에서는 노-사 당사자 중심 원칙을 강조하며 1일2교대제 시행은 노사합의 사항임을 지속적으로 확인했다. 기계적 중립을 이야기하는 소위 시민단체들이 사실상 사측 편에 설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에 버스위원회가 주관하여 진행한 안전경영평가에서 1일2교대제 시행 취지에 역행하는 업체에 가산점을 주는 일이 일어난다. 전날 종일 운전을 한 노동자들을 다음 날 아침 회사의 교통안전 캠페인에 세워둔 것을 안전 향상 노력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버스위원회의 그간의 편향적 운영 문제와 맞물려 민주노총전북본부, 전북노동연대 모두 버스위원회를 탈퇴하였다.

2017년부터 버스위원회 소속 일부 시민단체들은 ‘생태교통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구성해 1일2교대 시행을 주장했는데, 1일2교대 시행이 지연되는 것이 노동조합 탓이라는 식의 프레이밍이 배경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점은 이미 전북버스지부는 임단협 교섭에서 1일2교대제를 논의하고 있었다.(이렇게 목소리 높이던 시민단체들이 교대제 전환을 무력화시킨 정부의 조처에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는 상황은 이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1일2교대제에 대한 임단협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사업주들은 이를 거부했고, 도리어 보조금 인상을 요구하며 나섰다. 전북버스지부는 파업 투쟁을 전개했고, 공영제운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대여론 사업을 통해 지자체와 사측에 1일2교대제 시행을 압박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12월 27일, 전일여객에서 1일2교대제 시행을 주요 골자로 한 임단협 교섭 잠정합의가 이루어졌고, 2018년 1월3~4일에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9%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다. 전일여객에서는 2018년 2월 1일부터 1일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노선버스가 근로시간 연장제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7월 1일부터는 격일제 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보수언론, 경총은 ‘노동시간 단축 대란’을 운운하며 특례업종 축소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그리고 5월 31일, 한국노총-노동부, 국토교통부-버스사업조합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서 1일2교대제 전환을 1년간 유예한다는 내용의 노사정 합의문을 체결한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은 6월 20일,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가 발표한 개정 근로기준법 위반했을 경우의 처벌을 6개월 간 유예한다는 조치였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법위반을 피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그래서 여당-경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6월 중순까지 회사들은 1일2교대제 배차표도 검토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정-청의 발표 이후 모두 폐기되었다.

4. 1일2교대제 전환 이후의 변화

ㆍ” 운전을 한 것 같지 않다”
ㆍ”이렇게 좋은 직장이 있었냐(신규입사자)”

1일2교대제 시행 이후 현장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수집한 바는 없다. 여기에서 언급하는 내용은 조합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주관적인 정보로 향후 보다 객관화된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전일여객에서는 1일2교대제 전환 이후 4월, 5월 사고 발생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 그러나 인력 증원이 지연되면서 1일2교대제 하에서도 충분한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사고율 변화에 대해서는 상당기간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신규입사자 등 젊은 층이 고연령 층보다 1일2교대제 시행 이후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경험, 생애주기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격일제에서 1일2교대제로의 전환은 수십 년 동안 몸에 익어온 생활주기가 대폭 변화하는 것으로 이에 따른 부담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 관계 역시 격일제 근무 형태에 맞춰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고연령 층일수록 자녀 학자금, 결혼 등 생활비 수요 커지는데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으니 실질임금 감소에 따른 불만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신규입사자, 젊은 층은 직장 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가는 시기이고, 주거·양육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 전일여객 1일2교대제에 대한 비판과 쟁점

① 아르바이트 : 1일2교대제 반대(격일제 찬성)

ㆍ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에는 지난 한 달간 평균 5.4일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을 초과하여 일한 경우도 18.2%에 달하였다. 40-50%의 노동자가 버스 운전자로 12-13일간 공식적으로 일하는 외에도 추가로 5일 이상의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 2013년 전북버스노동조건실태조사 보고서

현장에서 제기되는 1차적인 불만은 실질임금 감소다. 격일제 하에서는 비번일 때 아르바이트를 통해 부가수입을 얻을 수 있었는데, 1일2교대제에서는 이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이 없는 상황으로, 이를 이유로 1일2교대제 시행에 부정적 입장을 갖는 사람들은 1일2교대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1일2교대제를 반대하는 것으로 분류해야 한다.

전북버스 민주노조 결성 이후 노동시간 단축에 더불어 아르바이트를 줄여나갈 것을 교육해왔고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아르바이트 참여 비율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다.(2013년 전북 버스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에서 확인했던 자료가 유일함. 당시 자료로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임금은 월 평균 517,000원이었음. 같은 연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주간졸림증 정도가 심해지고, 불면증 점수가 높아지는 결과가 나옴.)

2013년 조사에서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은 한 달 평균 5.4일의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하지 않는 경우보다 주간졸림증, 불면증에서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 전북버스운전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보고서, 전북노동연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 문제에 대해 도덕적인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노(한국노총)-사-정이 교대제 전환 연기에 합의한 배경에는 노동자(한국노총) 쪽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었고, 민주노총 소속 조합 역시 2018년에 체결한 임단협에서도 격일제를 유지하기로 해 한국노총의 사정(자노련 차원에서는 오랜 기간 1일2교대제 전환을 요구해왔지만, 지역/현장에서는 전환 연기를 요구)과 공명하는 모습이다.

② 인력 부족 : 1일2교대제 반대(+비판)

ㆍ오는 7월 1일 교대제 시행을 앞두고 현재 전주시내버스의 경우 대략 100여 명의 버스노동자를 충원해야 하지만, 인력충원에 대한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태 – 전북버스지부 설문지

1일2교대제 시행을 두고 사업자 측의 주된 방어논리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역마다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주로 다뤄진 경기 지역의 경우 버스 1대당 인력이 1.5대 가량에 불과해 애초부터 심각한 인력 부족 상태다. 게다가 경기도 내 군소 지자체가 많아 인력확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주 시내버스 현장 상황은 경기와 상당히 다르다. 버스 1대당 2.2~2.3명이 배치되어 있고, 대형 면허를 보유한 노동예비군이 다수 존재하며, 회사에는 오히려 이력서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인력부족을 명분삼아 취업까지 연계하는 ‘운송인력 양성사업’을 진행했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하지만 심지어 민주노총 조합 측에서도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타진 없이 인력부족이라는 주장을 인용했다. 전북버스지부가 올해 5월 시행한 설문지 문항은 상황을 위와 같이 진단하고 있다. 인력부족 논리는 5월 31일 이루어진 노(한국노총)-사-정 합의에 이어 국비를 투입한 인력 양성 사업으로 반영되었고, 이후 전주에서는 노동부-전주시가 한국노총에게 인력양성 사업을 위탁하여 문제가 발생한다.(대부분 지역은 공공기관, 대학 등에 위탁.)

그 이후 현장 상황을 점검한 뒤, 최소한 전주시내버스의 경우 인력 부족이 주요 쟁점은 아니었던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점검 이후 6월~7월 초 인력양성사업을 한국노총으로 위탁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투쟁이 전개되었지만 요구안을 쟁취하지는 못한다.

산술적으로는 격일제 근무를 1일2교대제로 전환하는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추가 필요 인력은 없다. 격일제 하에서도 2인 1조 운행을 하고 있고, 1일2교대제에서는 그 교대 시점이 하루 중 중간에 위치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격일제 시행 지역에서는 1일2교대제/격일제 쟁점과 인력부족 문제를 곧바로 연결시키기는 적절치 않고, 주/월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접근해야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주시내버스의 경우 격일제 표준운송원가 상 버스 1대당 운전자는 2.52명이다. 그러나 실제 인원은 2.2~2.3명에 불과해 표준운송원가 기준으로 맞춘다면 100명 가량의 증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주52시간제가 아닌 주40시간제임을 명확히 한다면 향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다만, 전라북도도 시골지역 지자체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보아야 한다.

③ 교대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 : 1일2교대제 비판 (+반대)

ㆍ1달 12일 출근에서 24일 출근으로 출퇴근 교통비 증가
ㆍ교대장소로 이동하는 차량의 보험, 주차 문제. 사고 발생 시 처리 문제.
ㆍ교대장소, 교대방법 미비로 교대 대기 시간 필요 : 요즘 같은 폭염에는 정말 힘들다고..
ㆍ교대장소에 서서 기다리는 것이 창피하다 (개별 조합원들에게 개인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들)

전북버스지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대다수는 교대지 문제를 부정적인 요소로 꼽고 있다.(해당 설문에서는 응답자 중 1일2교대를 시행하고 있는 노동자의 비중(9.4%)이 상당히 낮아, 당사자들의 여론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음.) 이상의 문제들은 시행과정에서 개선가능하고, 개선해야할 의제들이다. 다른 표현으로 시행착오에 해당하는 것으로, 타 지역에서도 1일2교대제 전환 이후 발생했었지만 정착 이후 해소된 문제도 있다. 즉각 해결가능한 문제와 시내버스 운영 체계를 혁신해야하는 문제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통비/보험료 등 금전적인 문제는 임단협 교섭을 통해 해결책 마련 가능하나. 반면 교대 장소, 교대 대기 등의 문제는 전주 시내버스 운영 체계의 혁신과 함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1일2교대제 전환이 근무형태 전환으로 마무리되는 사안이 아니라 시내버스 운영체계를 혁신하는 과제와 연동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버스노동자가 안전하고 편리하면, 시민도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구호는 일회적인 슬로건일 수 없다.

보충 : 교대제 전환 이후 임금 변화
1일2교대제 전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전환 이후 임금이 감소했다는 주장인데, 이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같은 조건(한 달 22일 만근, 동일호봉)으로 근무했을 시 1일2교대제 임금이 낮지 않고, 교대비용 등을 반영해 오히려 월 15만원 가량 높게 합의했다.
객관적으로 쉽게 입증/반박이 가능한 주장임에도 왜곡된 주장이 현장에 횡행하는 것은, 1일2교대제를 (비판이 아닌) 반대하는 여론, 복수노조라는 노동조합 구조에서 1일2교대제 반대 여론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非민주노총 노동조합의 의도, 기타 민주노총 조합 내부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문제 소지가 있는 주장(취업규칙 위반, 사회적 통념 등)을 대놓고 꺼내기 어려우니 다른 형태로 제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여기에 전북 버스현장 노사관계의 특수성이 결부되어 있다. 전북버스사업장은 한국노총-사업주 사이의 공고한 결탁을 통해 사업주의 부당한 이득 추구가 이루어져 온 대표적인 사례다. 인력 부족이 문제라는 여론이 일자, 그 여론을 근거 삼아 한국노총이 인력양성사업을 위탁받는 노골적인 지배개입이 일어나는 게 전북의 현실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은 사업주에게서 직접적으로 행해지는 것 외에도 한국노총(혹은 기업노조)을 대리인으로 삼아 행해지는 것이 있다. 非민주노총 노동조합이 현장의 불만을 세력 확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태도로 인해 지역/현장으로 내려갈수록 상급단체의 공식 입장과는 상이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 많다.

④ 민영제(준공영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현재 전주시내버스는 5개 회사가 모든 노선을 공동운행하고 있고, 하루단위로 운행노선이 로테이션되고 있는 특이한 형태다.(광역지자체는 회사가 각자 소유한 자기 노선만 운행. 대개 차고지는 노선의 종점에 위치. 따라서 교대장소 문제가 발생치 않음.) 이 때문에 교대를 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교대장소가 고정되지 못하고, 이에 따른 불편이 발생하는 것이다. 환승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1일2교대 전환 논의 과정에서 행정과 교대장소/방법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시행이 더딘 것은 노선공동운행제가 버스 사업주들 사이의 담합을 유지해 온 중요한 고리였기 때문이다. 그 틀이 바뀌는 것에 대한 사업주들의 반발이 거세고, 특히 그 중심에 전북지역 주요 토호인사인 호남고속 회장(현직 임원 아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노총의 1일2교대제 시행 요구에 대한 사업자 측의 대응은 보조금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2017년에는 표준운송원가, 차량대수마저 부풀리며 87억 원 상당의 보조금 증액을 요구했다. 민영제(준공영제)에서 사업주들은 배타적 면허권을 배경으로 보조금에 의존하며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비용이 추가되지 않는 어떤 변화도 이들에게는 보조금 증액을 위한 볼모에 불과할 뿐이다. 전주 시내버스 노선에 지난 30년 이상 별다른 변화 없는 것은 이러한 후진적인 유착관계 때문이다.

1일2교대제가 제대로 정착하는 것은 사유화된 노선의 통제권을 공공이 회복하는 문제(공영제), 노선개편과 환승시설 마련 등 지자체의 도시계획 문제 등 중·장기적인 과제와 결부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1일2교대제를 비판한다면, 그 대안은 1일2교대제 시행 연기가 아니라 더 철저하고 강력한 시내버스 운영체계 혁신 운동이어야 할 것이다.
*민영제/공영제는 소유형태로 구분되는 것으로, 현행 준공영제는 민영제의 일종이다. 준공영제를 공영제와 연계짓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⑤삶과 관계의 변화

ㆍ근무시간 변화로 동료를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다.
ㆍ축구를 하려고 해도 전일여객 만으로는 축구팀이 안 나온다. 다른 회사랑은 시간이 안 맞아서 같이 못한다.
ㆍ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긴 한데 어색하다.
ㆍ일 마치고 무엇을 하고 놀아야할지 잘 모르겠다. (개별 조합원들에게 개인적으로 들었던 이야기)

남성생계부양자·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공고한 한국에서 남성 노동자들에게 직장은 단순히 임금을 받기 위해 일하는 곳 이상의 의미이다. 직장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가족을 제외하면 가장 두터운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곳이다. 근무시간의 변화로 인한 삶의 형태 변화와 이로 인한 어색함, 불편함 등은 임금 및 여타 제기에 비해 결코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이는 주간연속2교대 전환 과정에서 제조업 사업장에서도 경험했던 문제로, 노동조합이 경제적 투쟁 기구를 넘어 노동자들의 삶과 문화를 함께 구성하는 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⑥기타

ㆍ전일여객에서 시행중인 지금의 조건으로 전체 시내버스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그야말로 지옥일 것이다. 스스로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는 다면, 지금 전일여객의 상황이 전체 시내버스에 적용되게 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재협상을 위해 전체 조합원이 하나 되어 싸워야 한다. – 전북버스 현장동지회 제2-2호
ㆍ한 두 차례의 교섭과 시행으로, 격일제의 조건보다 나은 조건으로 1일 2교대제가 시행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현재 전일여객의 처참한 상황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함. – 전북버스지부 4기 집행부 회의 안건
전북버스 현장의 현장조직에서는 새로 시행하게 된 1일교대제를 대대적으로 비난하며 조합원들의 불안을 조장했다. 이들은 올해 치뤄진 조합선거에서 1일 2교대제 전면 재협상을 내세우며 새 집행부로 당선되었다. 사진은 당시 버스 종점에 붙었던 대자보.

전일여객에서 시행된 1일2교대제에 문제가 있다는 선전이 전북버스지부 4기 집행부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되었었다. 위 인용문은 문제를 제기하는 측(당선된 새 집행부)의 주장이다. 현장에서 1일2교대제에 대한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접했을 때 현장의 불만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1일2교대제를 개선’(비판)하라는 것인지, ‘격일제 시행’(반대)을 요구하는 것인지 면밀히 나눠볼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를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라면 더더욱 그럴 책무가 있다. 그 둘을 묶어서 현행 1일2교대제를 (비판인지 반대인지 모호한) 공격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한 태도이다. 1일2교대제를 비판하는 것이라면, 1일2교대제 시행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노동조합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6. 1일2교대제 전환 투쟁에서 반성과 과제

1일2교대제 시행을 유예시키기 위해 노동부가 나서서 탄력근로제 시행방법을 안내하였고, 처벌도 유예했다. 탄력근로제, 처벌 유예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공중전 외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것은 대단히 우려되고 아쉬운 지점이다. 지부/지회 뿐만 아니라 노조/연맹도 마찬가지이다. 59조 폐기 운동을 전면적으로 벌였던 모습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특례업종 축소는 요구했던 바에 못 미치긴 하더라도 분명 투쟁의 성과였는데, 이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를 그저 방관한 것이다. 냉정하게 진단하면, 구체적 쟁점으로 들어가자 그만큼 현장의 요구가 모아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어느 사업장의 경우 노동안전보건 의제가 임금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번 사례도 비슷한 차원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진정성 있는 요구가 아니었기에 막상 요구가 실현될 순간이 다가오자 움츠러 드는 것이다. 과도한 실망과 비판일 수 있지만, 각 단위사업장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고, 이는 상급단체 및 여러 단체의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당위적 요구와 현장 정서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축소해야할지는 오래된 과제이다.

여기에서 주요하게 제기되었던 아르바이트 문제는 전주만의 사례가 아닐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계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 문제가 교대제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실상을 파악하고, 사회적 논의로 끌어올릴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정확한 실상이 파악되어야 1일2교대제 전환 이후 감소되는 실질임금에 대한 논의도 가능할 것이다. 한편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타 노조(화물, 덤프 등) 조합원들과의 연대정신을 근거로 접근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접근으로 판단한다. 대다수 업체들은 취업규칙 상 이중취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극단적으로는 이를 근거로 강제 중단시켜 나가는 강공까지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로를 거치든 단시간 내 변화가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조합 내부에서의 교육/토론을 통해 의지를 모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이와 관련해 추가적인 조사 · 연구사업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13년에 진행했던 조사결과와 비교, 격일제 시행 사업장과 전일여객 사업장과의 비교 등 다방면의 비교를 통해 객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앞으로의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2013년 조사에서 다룬 항목은 근무일수, 노선, 출퇴근 시간, 실운전시간, 실휴게시간, 식사시간, 사고건수, 교통법규 위반, 보그지수, 육체적/정신적 소진, 피로도, 주간졸림, 수면건강, 근골격계 증상 등으로 교대제 전환과 관련하여 비교해볼 수 있는 항목이 많아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리고 1일2교대제 전환 이후에도 주간·월간 노동시간이 단축되지 않는다면 건강·안전·삶의 질 증진에 충분한 효과가 있을지도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교대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총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투쟁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버스1일2교대제 쟁점에서 확인되듯이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삶, 노-사 관계, 임금 등 여러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이고 치열한 계급투쟁의 장소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핑계 삼아 탄력근로제를 확대시키려는 자본, 여당의 시도는 계급적 본성에 따른 당연한 행보다. 문제는 우리 운동세력과 노동자계급이다. 1일2교대제 전환은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노동시간 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가 그 결과에서 총노동 몫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중교통 공공성이 핵심 의제로 부각될 수 있을지 여부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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